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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무시하는 이유

__bo0o_ 2024. 3. 24. 04:56

내가 어렸을 때 친척 집에서는 우리 가족을 정말 많이 무시했었다.

경제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까지

자신들과 우리를 비교하며 우리 가족을 스트레스 받게 했다.

 

대학교에 와서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성적을 잘 받는 친구가 있으면 "걔 나보다 성적 낮잖아" 라고 말하던

부족할 것 없어 보였지만 남과 비교를 하던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왜 저렇게까지 무시를 할까? 그렇게 비교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나?

그렇게까지 자기한테 확신이나 자신이 없나?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어른들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는 올바른 가치관이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친구들을 단 한번도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차별적으로 대한 적이 없다.

 

나는 진짜 찐으로 강강약약에 생각 뿐 아니라 행동 역시 그렇게 했다. (운동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하고)

 

초등학교 때

전학생 친구들을 괴롭히고 왕따시켰던 친구를 뒤에서 챙겨줬다.

뒤에서 챙겨줬던 이유는 나 역시 전학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챙겨주다가 괜히 나도 왕따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친구에게 뒤에서 챙겨줘서 미안하단 말을 적은 종이를 꼬깃하게 접어

화장실가서 같이 초코파이 주며 나눠먹고

주말에는 외할아버지 2층 집에서 같이 튜브 던지고 물놀이하고

그 친구 아버지가 일하시는 공장에 놀러가고 그랬었다.

정말 다행히도 그 친구는 정말 착해서 뒤에서 챙겨주는 나를 이해해줬고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는데 이용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엔 고맙다고 말하며 금방 이사갔다.

 

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은 다 피하고 놀리기만 했던 뚱뚱했던 친구를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고 대해줬었는데

그렇게 2년이 지난 뒤 "고마운 친구에게 편지 보내기" 를 학교에서 했었는데

그 친구가 그 때 고맙다고, 그 이후로 자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 일

 

그리고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친구랑 같이 걸어가는데

그 친구한테 대놓고 시비걸어서

오히려 같잖게 보고 한마디 툭 던졌다가

(진~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일진, 무리 지어다니고 이런거 정말 한심하다 생각해서 그랬는지)

싸움 붙어서 그 친구가 일진 무리들 다 데리고 왔었다

17명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한명은 졸업하기 전에 그 때 미안했다며 나한테 사과했다

 

결국 풍물부 친구한테 선생님한테 일러달라고 문자로 부탁해서 다같이 교무실 불려갔던 일

그 때 혼냈던 선생님이 정말 무서운 선생님이셨는데

아직도 가끔 먼저 연락해주셔서 감사하고 말은 안했지만 그 때 정말 너무 감사했다.

 

얼마 전에도

나랑 정말 친했던 초등학교 친구가 이 에피소드를 먼저 꺼내서 이야기하고 왔는데

그 때 나를 안도와줘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는 안도와주는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런걸 바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도 잘못한게 싸운 사람은 싸운 사람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하는 게 맞다.

내가 반대 입장이 되어봐서 알겠다. 내가 도와준 친구가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진짜 다시 생각해보면 겁도 없고 그냥 흑역사고 왜 저랬나 싶긴한데 저 때는 저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뭐 그런 것들이 기억나는데

 

이런 에피소드들을 적은 이유는

나는 절대 남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싶은거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거고.

 

하지만 그렇게 싫어했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내게서 나왔을 때

나는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후였다.

 

내 경우에는 주말에 매일같이 친구들이랑 술 먹고 노는 친구들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심하다는 생각이 강해질 수록 "난 너희랑 달라"를 계속 어필하는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정말 좋아보이지 않았다.

 

맞지.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지.

그런 친구들은 내가 자기계발하는 동안 인맥을 더 만들 수 있으니까 다른 쪽에서 좋은 거야.

절대 무시하면 안돼.

 

아무리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행동은 똑같았다.

질투는 확실히 아니었다.

 

아차하고 집에가서 답을 찾기까지 고민하기를 2년이었다.

그 때는 실수할까봐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사람마다 무시하는 이유가 전부 다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경우는 "자기계발 안하는 사람들은 정말 한심해" 였고

 

남을 무시했던 이유는 "나도 쟤들처럼 가끔은 조금 쉬고 싶고, 놀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어" 라는 내 무의식이

제발 날 좀 알아봐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음을.

 

그런 내 마음을 내 스스로가 알아준 이후로

나는 정말 신기하게도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쉴 땐 정말 마음 편하게 푹 다 내려놓고 쉰다.

가끔은 친구들이랑 술도 많이 먹고

 

그리고 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

대학교 때 만났던 친구와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었는데

 

자기도 자기 무리 친구 중에 뚱뚱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만 보면 한심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 친구는 옛날에 통통했었는데 살을 정말 많이 뺀 친구였고

 

결국 그 친구를 무시했던 이유는

뚱뚱했었던 과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내가 싫어해서

그런 내 모습을 내 스스로가 인정해주지 않아서

그 친구만 보면 그런 무의식이 올라오고 

그 친구에게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이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진짜 맞는 것 같다면서 뭔가 되게 엄청 깨달은 표정으로 갔었다.

 

이렇듯 사람마다 무시하는 포인트들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친척들과 그 친구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