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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연애, 그리고 이별

__bo0o_ 2023. 9. 22. 07:05

나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의 연애가 끝이 났다.

 

오빠가 내 자취방에 데려다주고

마지막으로 포옹한 채

우리의 관계는 좋게 마무리가 됐다.

 

그동안 내가 오빠를 좋아했던 시간들이

오빠가 나를 좋아했던 시간들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앎에도, 우리의 좋았던 관계가 3년의 시간을 끝으로

이별의 마침표를 찍었다는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오빠한테도 말했었다시피

우리의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줬던 사람이고

 

그 이후로도

사귀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오빠를 더 빛나게 했다.

 

반려견의 죽음에도 내 옆에 있어줬고

내가 직장 문제로 고민이 많았을 때도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주거나

좋은 쪽으로 나를 이끌어주고 내게 조언을 많이해준

존경할만하고 멋진 내 산책메이트였었다.

 

힘들 땐 드라이브도 같이 가줬고

집순이인 내 성향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비록 마지막 여행이었지만

내 첫 제주도 여행이 오빠여서 좋았다.

 

분명 오빠도 내 성격 받아주느라 많이 힘들고 지쳤을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던 시기였고

미리 마음의 준비 역시 해놨어서

생각보다 그 슬픔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단지, 우리가 함께 했었던 추억들과

퇴근할 때 항상 전화하고

심심할 때 카톡했던 습관들이 자꾸만 기억나

그게 너무 슬펐다

 

내가 헤어지고나서 일기에 적은 내용이 있는데

 

오빠 초롱이 이뻐해주고

초롱이 아플 때, 죽을 때 계속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를 떠난 오빠를 원망하지는 않을게

그동안 안맞는거 억지로 참느라 고생했어

 

오빠도 오빠로서 나를 만났던거고

나도 나라는 사람으로서 오빠를 만났던 결과가 이거라면

이제는 역시 그만하는게 맞는 것 같아

 

충분한 고민이었고 선택이었지?

그게 정말 최선이었던거지

 

그럼 됐어. 우리는 충분히 노력했어

 

우리의 관계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무의식적으로도 이 문제로 헤어질 걸

정말 잘 알면서도 맞춰주지 않았다

변명을 조금 하자면 오빠가 힘들었던만큼 나도 힘들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

이젠 나도 지쳤고 버겁고 힘들고...

내가 지치고 힘든만큼 오빠도 정말 많이 힘들었던거야

 

만나는동안 내가 못해준 것만 기억나서 너무 미안하고

오빠 이야기 조금이라도 더 들어줄걸 내 이야기만해서 미안하고

오빠도 힘들었을텐데 매일 전화해달라고 귀찮게해서 미안하고

같은 말 반복해서 미안해

 

오빠만 챙겨주게해서 미안해

핑계대면서 하지 않았던 것들 전부 미안해

힘들게해서 미안해

 

그래도 후회는 안해

배려도, 따뜻함도, 자신감과 자존감도, 사랑도, 여러 감정들을 많이 배워서.

오빠 덕분에 내 세상이 많이 넓어졌다

정말 고마워 그리고 고마웠어

 

나도 오빠 반려동물 살아있을 때 산책시켜주고

꽃이라도 한번 챙겨줬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좀 많이 후회가 되네

 

오빠가 내게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많이 슬퍼하던 게 기억나

어쩌면 그 행동이 가식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오빠가 나를 좋아했었던 만큼 나도 정말 많이 좋아했었어

그것만큼은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 역시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다.

 

이제는 정말 안정적이고

평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고 안정적이게 가정을 꾸려나가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아픔을 겪고 싶진 않다.

이래서 헤어지고 바로 결혼을 많이 하나보다.

(그래도 힘들 때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하면 절대 하면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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